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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일어나 커튼을 걷으니 휴양림은 온통 눈으로 덮여있다. 해발 600미터가 넘는 고원지대에 위치해 있고 북동기류의 영향을 많이 받는 지역이라 눈이 많이 내리는 지역이라고 학교에서 가르치면서도 그 모습을 실제로 본 건 오늘이 처음이다. 눈구경 하겠다는 급한 마음에 밥을 짓고, 참치통조림과 멸치, 김치를 반찬 삼아 후다닥 챙겨 먹고 카메라를 챙겨 산책을 나섰다. 파란 하늘을 배경 삼아 하얀 눈이 나뭇가지마다 늘어져 있다. 새소리들과 골짜기를 따라 흐르는 물소리 그리고 깨끗한 공기가 마음을 씻어 주는 듯하다. 가슴을 지나 단전까지 맑은 공기가 들어와 내 몸속의 찌든 공기를 이 곳의 공기를 바꿀 요량으로 눈을 감고 크게 숨을 쉬어본다. '아 진짜 ~ 이 행복감은 뭐지?' 답사보다는 머물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하다. 충분히 걷고 충분히 쉬어보고 충분히 누리기 위해 노력했다. 더 누리고 싶은 것도 욕심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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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시간의 긴 산책을 마친 후 탄광지역으로서의 태백의 모습을 볼 수 있으리라 기대하며 철암역으로 향했다. 석탄은 1970~80년대 대표적인 연료자원으로 이용되었지만, 탄광의 노후화와 석유를 중심으로 하는 국가의 에너지 정책의 변화로 인해 1989년 석탄산업합리화정책이라는 이름으로 강원도 지역의 수많은 탄광들은 문을 닫게 된다. 내가 고등학생 때 TV뉴스에서 폐광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 모습을 본 기억이 난다. 말의 힘은 참 센 듯하다. '합리화'라는 차갑고 권위적인 말 앞에, 그에 대한 반대와 이의 제기는 언제나 '비합리'가 되어버린다. 정부와 산업체라는 거대한 권력이 선점하는 이런 말들 속에 언제나 주민들의 삶에 대한 배려가 보이지 않아 씁쓸하다.  '막장'이라는 막다른 곳이었지만 그래도 삶을 위한 활동이 이루어졌던 곳이기에, 그 변화는 주민들을 막장보다 못한 삶으로 몰아갈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탄광'이 사라지고 남은 자리에 '관광'이 들어섰다. 정선의 고한 일대에는 국내 유일의 내국인 카지노(도박장)인 강원랜드와 대규모 리조트와 스키장이 들어서고, 태백에서는 눈꽃 축제가 겨울철 대표 축제로 자리잡아 수많은 관광객들이 찾아온다. 하지만 주민들의 삶이 제대로 자리 잡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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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회암이 고생대 초기에 바다에서 형성된 암석이라면, 석탄은 바다가 융기하여 형성된 호수나 얕은 해안가에 고생대 후기에 육지에서 크게 번성했던 키가 큰 고사리, 소철 등의 식물들이 전세계적으로 대거 묻혀 만들어졌다. 그래서 이 지질시대를 고생대 '석탄기'라고 부른다. 우리나라의 경우 고생대이후 오랫동안 땅속에 묻혀 있어서 탄소(C)의 함량이 매우 높고 다른 휘발성 불순물들이 적은 무연탄이 주로 생산된다. '무연탄'이라고 불리는 이유는 불순물이 적어 연기가 거의 없기 때문인데, 연탄을 만들거나 화력발전소의 연료로 사용된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최대 탄광은 강원도 태백의 장성광업소인데, 해수면보다 약 400m 아래에서 석탄을 채굴하고 있으며, 채굴된 석탄으로 수직으로 끌어올리는 수직갱도(수갱)가 설치되어 있다. 하지만 석탄의 고갈로 더 깊이 들어가다 보니, 안타깝게도 해마다 여러 가지 사고가 끊이지 않고 발생하고 있다고 한다. 철암역은 그 석탄산업의 명맥과 주민들의 삶의 흔적들을 살펴 볼 수 있는 곳이다. 지금도 최대 탄광인 장성광업소에서 채굴된 석탄을 무연탄과 폐석으로 선별하고, 선별된 무연탄을 연탄 공장이나 발전소로 보내는 '철암역두 선탄장'이 가동되고 있기 때문이다. 1935년 건립된 이 시설은 석탄 산업의 발자취를 느낄 수 있는 근대문화유산의 가치를 인정받아 2002년에 등록문화제 21호로 지정되었다. 안성기와 박중훈 주연인 '인정사정 볼것 없다'의 마지막 격투 장면의 배경으로 더욱 유명한 곳이다. 선탄장을 더 자세히 보고 싶어 맞은편 언덕에 있는 삼방동 마을을 올랐다. 건물 곳곳에 탄광촌과 관련된 벽화들을 볼 수 있었지만, 정작 사람은 흔적은 많지 않았다. 언덕 위 마을에서 본 선탄장의 검은 석탄과 그 위로 쌓인 흰 눈이 대비되어 흑백사진을 보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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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암역 앞에 차를 세우니 맞은편 'P 치킨 집'에서 여성분이 나와 친절하게 말을 건다. 처음엔 치킨집 주인이 호객행위를 하려는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그곳은 진짜 치킨집이 아니라 관광안내소였고 그 여성분은 바로 문화 해설사다. 태백시는 관광객을 위해 옛 광부들의 주거지였던 까치발 건물 11채를 복원하여 '철암광산촌 역사관'을 개관하고, 광산촌 사람들의 생활사를 전시하고 있었다. 까치발 건물은 석탄산업이 호황이던 60~70년대 일자리를 찾기위해 사람들이 모여들어 주거공간이 부족하자, 하천 바닥에 목재나 철재로 만든 지지대(까치발)을 세워 주거 공간을 넓힌 건물을 말한다. 식당 이름이 '봉화식당'이 있는 것으로 보아 인접한 경북 북부지방에서도 사람들이 많이 이주해 온 듯 하다. 주변에 철암 시장이 있지만 인적이 드물고 문을 여는 가게도 드물다. V트레인, O트레인 등 백두대간 협곡 열차가 인기를 얻으면서 관광객들이 심심찮게 눈에 띄고, 예능 프로그램 촬영을 위한 스텝들도 눈에 띄었다. 철암역 주위를 둘러 본 후 구문소와 태백고생대자연사박물관으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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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가장 기대했던 답사지가 바로 구문소와 태백고생대자연사박물관이다. 혹시 '삼엽충 화석하나라도 얻어 걸릴까?' 하는 심정에서 ~. 그런 거 하나 주워서 수업시간에 들고 가면 쫌 뽀대 날까 하는 생각에 말이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헛꿈을 꾸었지만 즐거웠던 시간이다. 구문소는 석회암 산지가 하천에 의해 용식되어 구멍이 뚫린 지형이다. 예전에 설명했듯 석회암은 다른 암석에 비해 물에 잘 용식되기 때문에 이런 지형이 만들어 질 수 있었다. 그 구문소는 천연기념물 417호로서 하천 주변의 퇴적암에서 건열(말라서 논바닥처럼 갈라진 흔적), 물결흔(물결자국), 삼엽충 등의 화석을 관찰할 수 있어 고생대 지질 명소로 유명하여 구문소를 통과하면 바로 인근에 태백고생대자연사박물관이 건설되어 있다. 박물관 2층에서 강원도 지역의 지질에  대한 전반적인 설명과 삼엽충 등 고생대 전기에 전시물들이 있고, 박물관 3층에서는 고생대 후기, 중생대, 신생대에 이르는 전시물들이 있는데 아무래도 2층 고생대 전기가 중심인 듯 하다. 1층에서는 다양한 체험활동을 할수 있는데 가장 관심이 가는 것은 박물과 주변 황지천의 암석에서 바다의 흔적을 찾는 활동이었다. 

평일이라 사람이 적어 활동을 할 수 없었지만 친절하신 해설사분께서 주신 지질 명소의 위치가 표시된 안내지를 받아들고, 화석을 탐구하는 학자인양 괜히 혼자 뿌듯해하며 안내서에 표시된 흔적들을 찾아 나섰다. 몰래 숨겨둔 보물을 찾듯이 박물관 주변 하천을 돌아다며 몇가지 바다의 흔적들을 찾아냈다. 한때 건조한 기후 조건에 퇴적물이 노출되어서 거북이 등처럼 갈라진 후 그 위에 다른  퇴적물이 쌓이면서  형성된 건열(Mud cracks), 수심이 앝은 환경에서 생긴 물결자국이 생겼을 때 다른 퇴적물이 쌓여 형성된 물결흔(Ripple marks) 등은 찾아 볼 수 있었지만, 삼엽충, 복족류의 화석이나 광합성을 한 미생물인 남조세균(박테리아)나 남조류가 층층이 쌓여 만들어진 스트로마톨라이트 등은 제대로 찾아볼 수 없어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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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엽충은 고생대 초기인 캄브리아기부터 말기인 폐름기까지 약 3억년동안 생존했던 고생대의 대표적인 생물인데, 몸이 세쪽으로 구분된다고 하여 삼엽충이라고 부른다. 나는 벌레같이 다리가 많은 것들을 무척 싫어한다. 작지만 이 놈들은 어디로 튈지 몰라 늘 긴장되고, 내 몸에서 기어간다고 생각하면 끔찍하다. 하지만 기회가 된다면 화석의 천국인 태백에 망치하나 들고 와서 돌을 깨서 삼엽충을 하나쯤은 발견해서 가지고 있고 싶다. 이 놈 하나를 가지고 있으면 과거와 내가 연결된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적어도 이놈은 다른 벌레들처럼 움직일 걱정은 없으니까 ~~~.


이리 저리 헤매다 보니 어느덧 1박 2일의 답사를 마무리해야 할 시간이다. 늘 하는 생각이지만 참 준비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생각과 함께 다시 한번 와야겠다는 마음을 가지게 된다. 낙동강의 발원지인 황지를 둘러보고는 답사를 마무리하고 차를 돌렸다.

2014년 3월 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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