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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안 단구를 잘 알아야 연애를 잘한다?

묵호 등대로 가겠다는 계획은 바로 포기하고, 우리나라에서 가장 전형적인 해안단구를 볼 수 있는 금진 해변으로 가기로 마음먹었다. 스마트폰의 지도가 가르쳐 주는 7번 국도를 따라가니 생각보다 차들의 속도가 너무 빠르고 갓길이 좁아 자전거를 타기가 너무 무서웠다. 결국 샛길로 빠져 얼떨결에 하천변의 자전거 도로를 따라가다 보니 다시 동해역으로 가는 길이 나왔다. 차라리 잘 되었다는 생각에 처음 출발지였던 동해역에서 다시 가야할 길을 점검했다. 평소에도 차 안의 내비게이션과 잘 싸우던 나는, 스마트폰 지도가 알려 주는 빠른 길을 무시하고, 무조건 해안 쪽으로 나 있는 좁은 도로로만 달리기로 결정했다. 해안도로의 일부 구간에는 자전거 길이 조성되어 있었고, 자전거 길이 없는 곳이라도 오히려 차량 통행이 많지 않아 자전거를 타기엔 더 편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바다를 끼고 달릴 수 있어 한층 더 마음이 가벼워지고 여유도 생겼다. 시멘트 공장이 보이는 묵호항을 지난다. 지질도를 살펴보면 삼척, 동해 이 지역은 고생대 석회암이 분포하는 지역이라 시멘트 공장이 쉽게 자주 띈다. 대진항을 지나 오전 9시 30분쯤 망상해수욕장에 이르러서야 자동차에 때문에 긴장했던 마음이 좀 편안해져, 해수욕장 뒤편 소나무 숲 속에 앉아 준비해 온 양갱과 캔디로 아침을 먹으며 한숨 돌릴 수 있었다. 동해는 황해의 좁은 사빈과는 달리 넓고 긴 사빈이 계속 연결되어 있다. 경사가 급한 태백산맥 동쪽 사면에서 하천에 의해 운반된 모래와, 바다로 돌출된 곳의 암석들이 파랑(파도)에 의해 침식되어 만들어진 모래의 공급이 많이 때문에 모래사장이 전형적으로 나타난다. 이 모래가 날려 농경지에 피해를 주는 것을 막기 위해 예부터 해안 뒤에 소나무 숲을 조성해두었다. 그 숲 속에서 나는 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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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쉬었으니 이제 출발해 볼까? 오늘 답사에서 가장 중점을 둔 것은 정동진의 해안단구인데, 금진 해변은 이 전형적인 해안단구의 모습을 가장 잘 볼 수 있는 곳이다. 해안단구란 말 그래로 해안가에 나타나는 계단모양의 언덕을 말하는데, 예전에 파도에 의해 침식되어 형성된 파식대지가 융기(상승)하거나, 바닷물이 하강해서 계단처럼 드러나 보이는 지형을 말한다. 특히 동해는 황해보다 비교적 신생대 제3기말 이후 융기량이 더 많았기 때문에 해안단구를 전형적으로 관찰할 수 있다. 그리고 해안단구계의 대표주자가 바로 이 정동진 해안단구라는 말씀~! 

정동진하면 시작하는 연인들의 무박 2일 해돋이 기차 여행지로 유명하다. 나늘 늘 고등학교 한국지리 수업시간이면 정동진 해변에서 데이트 하는 연인들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지금 이 수업을 잘 들어야 나중에 대학가서 연애를 잘 할 수 있다고 학생들에게 이런 우스개소리를 한다. 먼저 남학생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정동진 해변에 보이는 언덕 위의 배(썬 크루즈 리조트)를 보고 그냥 "와~,  저 배 열라 멋있다."라고 하면, 여행 이 후 그 여친이 연락이 없을 것이며 반드시 까인거라고. 반대로 여학생들에게는 해변에 보이는 배를 보고 남친이 "와~, 해안단구다!"라고 말하면 '이 놈이 된 놈이구나'라고 생각하라고 말한다. 그 놈이야말로 수업시간에 졸지 않고 정규 고등학교 과정을 잘 마친 놈이니까. 암튼 그 정도로 한국지리 시험에 단골로 나온다는 말이다. 



* 가장 전형적인 정동진 해안단구

계획대로 금진해변에서 보이는 정동진 해안단구의 사진의 찍은 후 해안 도로를 따라 심곡항까지 자전거를 탔는데, 이 길이 참 한적하고 예쁘다. 하지만 심곡항부터는 해안도로가 없어져서 급경사진 언덕을 자전거를 끌고 겨우겨우 올라 해안단구의 평평한 단구면에 도착할 수 있었다. 힘이 들어 헐떡이면서 단구면의 사진을 찍으려는데 여전히 카메라도 말썽을 부려, 안타깝게도 몇 장의 사진만을 건질 수 있었다. 이 곳의 단구면의 높이는 약 70~85m 사이에 분포하며 경사가 매우 완만하다. 금진리와 정동진리 사이의 단구면의 폭은 800m 이상으로 우리나라 해안단구의 고위면 중에서 가장 넓다고 하는데, 여기에는 농경지와 일부 가옥 및 공원, 모텔, 리조트 등의 숙박시설들이 분포해 있다. 해안 쪽에는 거의 수직에 가까운 단구애(절벽)가 형성되어 있다. 단구면 상에 만들어진 도로 옆의 절단면에서는 군데군데 둥근 자갈들을 볼 수 있는데, 이곳이 예전에 파도에 의해 침식 받았던 곳임을 알 수 있는 증거가 된다. 특히 단구면 상에 있는 썬 크루즈 리조트에서 정동진역 쪽으로 내려가는 급경사 도로 옆 절단면에서 둥근 자갈들이 많이 볼 수 있었는데, 자갈이 많이 산화되어 붉은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경사가 급한 도로가에 겨우 자전거를 세워놓고 보물을 찾은 듯 흥분하며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어댔고, 수업시간에 보여주려고 그 증거물 하나 살짝 가방에 담아 왔다.  01_coastal03_2.jpg 해안 단구의 단구면과 둥근 자갈을 확인한 후 내리막길을 달려 정동진 해변으로 향했다. 평일이지만 손을 잡고 온 연인들이 꽤 많았고, 해안가 바로 위치한 정동진 역에서는 '바다열차'가 정차해 사람들이 시끌벅적 사진을 찍고 있다. 바다열차는 강릉과 삼척을 왕복하는 관광열차로 큰 창문으로 아름다운 동해 바다를 즐길 수 있다. 500원짜리 입장권을 끊어 정동진 역안에 들어가서 바다 열차와 역의 사진을 찍었는데, 대부분 중국에서 관광을 오신 분들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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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도 제대로 못 먹고 햇빛도 뜨거워지고 기운도 빠지고 하니 배가 고파왔다. 역무원 아저씨께 먹을 만한 식당을 추천받아 갔더니 예약손님이 많아, 주인아저씨의 추천으로 바로 옆에 있는 초당두부 식당에 들렀다.  식당의 TV에서는 세월호 구조에 관한 뉴스 이야기가 계속 나오고 있는데, 내가 이렇게 답사를 다닌다는 게 왠지 죄스러운 마음이 든다. 맛이 있는 지 없는지도 모르고 그냥 밥을 먹고 나니 맥이 탁 풀리는 느낌이 든다. 짐의 무게로 허리도 아파오고, 엉덩이도 아프고, 왼쪽 다리에도 무리가 온 듯해 숙소에 빨리 가서 쉬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 오죽헌에서의 봄날은 간다.

아침에 입었던 두꺼운 겉옷을 가방에 쑤셔 넣고 숙소가 있는 경포대 방향으로 무조건 달리기 시작했다. 오르막 구간에서 다리의 통증이 갈수록 심해지고, 속도는 점점 떨어진다. 옆으로 자전거들이 지나쳐 간다. 옛날 같으면 오기로라도 따라가려고 했겠건만, 이젠 그냥 내 체력이 이 정도 이겠거니 하고 쉽게 인정한다. 내 체력을 체감하며 1시간 30분 정도를 달려 오죽헌 앞에 도착해 검은 대나무 밭 앞에서 쓰러져 좀 쉰다. 힘이 들어 강릉이 대나무의 북한계선이니 하는 생각은 잊고 싶다. 물론 기후 변화로 예전과 달리 이젠 중부지방에서도 대나무를 많이 볼 수 있게 되어 그 의미도 많이 사라진 듯 하다.

조용히 쉬고 있으니 대나무 사이로 시원한 바람이 사그락거린다. 강릉하면 유지태와 이영애가 주연한 '봄날은 간다'가 생각이 난다. 강릉의 K 방송국에서 일했던 이영애와 소리를 녹음하는 일을 했던 유지태가 연인으로 나왔는데 오죽헌에서의 데이트 장면은 꽤 유명하다. 자극적이지 않은 카메라 시선으로 사랑하던 연인들의 모습을 담담하게 그리고 사실적으로 보여주었던 영화였다. 실연당한 어린 남자인 유지태가 마치 어린아이처럼 이영애의 소형차를 긁는 장면도 생각나고, 대나무 숲에서 바람소리를 녹음하던 장면도 떠오른다. 여기에 누워 있자니 영화에서 본 대나무 숲의 바람소리가 문득 떠오른다. 소리가 영상보다 더 아름답게 기억된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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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스트 하우스라는 곳에서 첫날 밤

오죽헌에서 경포호와 경포 해수욕장을 서둘러 둘러보고 3시쯤 게스트 하우스에 도착했다. 방을 배정받고 샤워를 간단히 한 후 곯아 떨어져 6시쯤에 일어났다. 게스트 하우스라는 곳을 난생 처음으로 방문했다. 제주도 올레길 주변에 게스트 하우스가 유행하면서 요즘 관광지 근처에 많이 생겨나고 있으며, 다양한 특징을 가진 곳들이 많아 젊은 분들, 특히 여성들에게 인기가 많다고 한다. 사실 모르는 사람들과 한 방에서 지낸다는 건 나에겐 쉽지 않은 일인데, 게스트 하우스는 꼭 한번 가보고 싶어 2박 모두 게스트 하우스를 선택했다. 물론 값이 싸다는 것도 선택에 한 몫을 했다. 내가 강릉에서 머물렀던 게스트 하우스는 주인장의 별명이 '두목'이고 덩치가 있어 보인다. 저녁에는 6명 이상이 되면 삼겹살 파티를 할 수 있는데, 잠자고 일어나서 야외 천막에 설치된 불판 주위로 모여들었다. 군대 가기 전 20일을 앞두고 온 21살의 풋풋한 대학 1학년생, 한의대를 졸업하고 한의사로서 새롭게 출발하는 청년, 미국의 버지니아에서 한국에 와서 이곳에 이틀간 머물고 계시다는 맑고 명랑한 이모님, 걷기를 좋아해 매년 걷는 여행을 한다는 50대의 여고 동창생 2분, 그리고 나, 이렇게 불판 주위에 모여서 이런 저런 인생 이야기를 나누며 웃음꽃을 피운다. 분위기는 점차 무르익어 2차로 스텝이 주문진 항에서 직접 사온 골벵이가 술안주로 나오고, 늦게 오신 다른 분들이 합류해 새로운 활력소가 된다. 사람에 대한 기대가 별로 없어 대학 시절부터 워낙 그런 모임을 좋아하지 못하고 겉돌았었는데, 나이가 어느 정도 되니 그런 만남에도 당황하지 않는 내 모습을 본다. 다음날 여행을 위해 아쉽지만 11시쯤 조용히 빠져나왔지만, 새벽까지 모임이 즐겁게 이어졌다는 후문이 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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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4월 23일

* 참고자료 -------------------------------
 - 윤순옥, 황상일, 반학균, 2003, 한반도 중부 동해안 정동진, 대진지역의 해안단구 지형발달, 대한지리학회지 대한지리학회지 제38권 제2호 2003 (156~1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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